음식점

이로도리(彩), 그 화사한 초밥과 메밀국수

yolo28 2013. 11. 20. 11:24

2013.11.09

 

이로도리(), 그 화사한 초밥과 메밀국수

 

 

 

 

 

  말은 씨가 되는 법.

  한 달 전 회전 초밥 집 스시로에 갔을 때, 미국에 있는 우시와까마루 초밥 집에다 라마다 호텔의 이로도리, 겐지야 운운하며 초밥 지식을 한껏 뽐내었던 친구를 다그쳤다.

  “말을 했으면 채금(?)을 져야지~ 이로도리 한 번 가자. 네 말대로 맛이 좋으면 네가 돈을 내고, 맛이 별로다 싶으면 내가 살게!”

 “허걱, 뭐시라고라?”

  매우 공정한(?) 흥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가을비 흐느적거리는 토요일 오후, 역삼동 라마다 르네상스 지하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선다. 주차하는 거며, 지하 통로를 따라 요리조리 음식점을 찾아가는 거며, 친구의 발길이 익숙하다.

문득, 개콘에 나오는 인기 코너‘남자가 필요 없는 이유’가 떠올랐다.

“너, 참, 낯설다. 남자랑 이런데 자주 와보셨나 봐요. ㅋㅋ”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상호는 한자로 빛깔 채()자. 딱 한 자 써놓고 읽기는 ‘이로도리’로 읽는다. 일본말은 참 언어의 경제성이 부족하기도 하지. 한 글자를 네 자로 읽다니…….

 

 

 

 

 

  미리 예약을 해놓은 덕에 상록회관과 도로가 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 받았다. 창문에 맺혀있는 빗방울 사이로 신호대기하며 늘어선 차들의 빨간 브레이크 등이 어려 보인다. 와~~비 오는 거리를 유리창 너머로 내다보는 것도 분위기 나는데!!!

한쪽으로는 다다미방들이 죽 배치되어 있고, 안쪽에는 데판야끼(鐵板燒肉) 테이블이 마치 카지노 블랙잭 코너처럼 자리하고 있다. 벌써 직장 멤버들로 보이는 한 무리와 가족 회식하려는 듯 모인 손님들이 한 군데씩 차고 앉아있군. 언제부터인가 논현동의 ‘베니하나’ 등, 이런 철판 요리 집이 슬슬 사라지고 있어 주방장의 현란한 손놀림에 더하여 그 맛있는 해물과 새우구이며, 버섯, 야채 볶음, 육즙 촉촉이 흐르는 쇠고기 맛을 본 기억이 아련해졌기 때문일까? 갑자기 데판야끼도 먹고 싶어지는데!!!

아서라, 정신 차려. 오늘은 제대로 된 생선초밥을 맛보기로 한 날이잖아.

 

 

 

  그윽한 오차와 함께 메뉴가 펼쳐졌다. 먼저 눈에 띄는 건 9만 원 대의 초밥 정식. 친구가 만류한다.

“그거 먹어보니까 값에 비해 좀 허해. 초밥 개수도 적고. 일품으로 초밥만 시켜도 이것저것 붙어 나올 거야.”

  맞다. 초밥에만 집중하자.

 

 

 

 

  79,000 원짜리 특선 초밥, 모둠 초밥은 67,000원이다.

친구 왈, “언젠가 TV인지 잡지에서인지 여기 주방장이 메밀 소바 설명해주는 걸 본 적이 있어. 초밥에다 소바 하나 추가해서 나눠먹는 거 어때?”

"OK! 좋지. "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에게 특선 초밥과 모둠 초밥을 비교해 보게 한 접시에 담지 말고 각각 따로 달라고 부탁하니, 특선 초밥은 모둠 초밥에 참치뱃살(도로) 스시 한 점 더 추가해주는 것이란 설명. 그렇다면 도로 한 점이 12,000원인 셈이네.

 

 

 

 

 

  전채로 새콤한 야채샐러드와 장에 담긴 조물조물한 해초 같은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보드랍고 맛있다. 근데 이게 뭐지?

친구도 모른다 하고. 직원에게 물었다. 연꽃 순()이란다.

 

 

               생선회와 갑오징어

 

 

 

 

  드디어 초밥 두 접시가 나왔다. 예견했던 대로 상호에 걸맞게 그 빛깔부터가 화사하다. 추가된 도로에는 마블링 같은 흰 기름띠가 살살 흐르는 느낌. 초밥은 흰 살 생선부터 먹는 거라지만, 우선 도로부터 맛보고……. 음~~~역쉬…….

 

특선 초밥

 

 

모둠 초밥

 

 

 

 

  혀끝을 거쳐 뱃속으로 초밥들이 살살 녹아들 무렵, 소바가 나왔다.

 배려해서인지 소바 하나를 주문했지만 찍어먹는 장을 따로따로 주네. 땡큐!

아는 건 담아두지 못 하고 모두 토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가 또 거든다.

“우리는 소바 먹을 때 장에 흥건히 적셔서 건져 먹잖아? 근데 일본 TV에서 보니까, 일본 사람은 우리랑 다르게 먹더라. 먼저 소바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끝부분만 장에 담그고, 장이 묻지 않은 윗부분을 입에 넣고는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장이 묻어있는 아랫부분을 빨아들여 먹는 거 있지. 우리도 그렇게 한 번 먹어 볼까?”

“그래 볼까?”

“근데 뭐, 별다른 맛이 있는 것도 아니네.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역시 우리에겐 와사비의 화끈함에 소바 장의 달콤, 찐한 맛으로 입 안 가득 채우는 게 제 맛이야.”

 

 

 

  초밥에 소바. 배가 full. 후식까지 먹고 나서 일어서려는데 친구가 물었다.

  "맛이 어땠어?"

  당근! 거래 조건에 따라 맛이 없어도 있다고 해야 할 판 아니겠어? 그러나 실제 맛도 초밥 빛깔만큼이나 화사했으니, 각본대로 결국 친구가 돈을 냈고…….

대신, 다음에 겐지야에 가게 되면 내가 사지, 뭐~

 

 

   어, 계산서를 보니 서비스 차지며 VAT가 덕지덕지 붙어있지 않네. ~ 언제부터인가 정부 시책에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된 가격을 고시해야 한다 하더니 ! 할인 되는 카드덕분에 10프로 할인까지 받으니 친구는 뭔가 돈을 번 느낌인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떠올리고.

  아무튼 비가 추적대어 흐릿하게 가라앉은 주말 저녁이지만, 우리들의 위장은 이렇게 호사했다는 이야기.

 

 

 

 

르네상스 서울호텔 3층 이로도리 : 강남구 테헤란로 237

 

하트3편하고 맛난 회전초밥집 '스시로' http://blog.daum.net/antique2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