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는 변산이 있고, 변산에는 보물창고 같은 반도(半島)가 있다.(2)
2013.2.27-28(1박2일)
부안에는 변산이 있고, 변산에는 보물창고 같은 반도(半島)가 있다.(2)
아침에 눈을 뜨니 휴리조트 베란다에서 보이는 상록해수욕장 해변이 안개로 뿌옇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단 날씨가 좋을 것 같은데!!
2월27일 저녁, 밀물 때. 상록해수욕장
2월28일 아침, 썰물 때. 상록해수욕장
오늘은 고사포해수욕장 쪽으로 다시 올라가자. 모세의 홍해 기적이 진도에도 있고 무창포에도 있다지만 여기, 변산 하도(하섬)에도 있다는데? 때마침 오늘이 바로 물길이 제대로 갈라져 하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 날이라잖아? Lucky!!! 하섬이 고사포 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다고 해서 고사포 해수욕장으로 갔는데 찾을 수가 없다. 바다 저편 왼쪽으로 하섬으로 보이는 게 있기는 하다. 그렇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찾아봐야겠네. 이 길로 저 길로 두어 번 길을 헤매다가, 어쩌다 들어선 변산해변로길. 격포항 쪽으로 조금 달리다 앗, ‘하섬 내려가는 길’이란 표지판을 발견. 이미 길가에는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내려가 보니 성천항에서 격포항으로 이어지는 마실길이 나오고, 드디어 하도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 멀리 보이는 갯가 주변에는 경운기며 사람들이 오글오글하다.
<고사포 해수욕장, 해송 숲>
변산 해변로길에 있는 하섬 표지판
<하섬>
http://www.khoa.go.kr (국립해상조사원)에 들어가 검색해 보니 하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나와 있다.
2월27일 09:23-11.06, 21:57-23:20
2월28일 10:01-11:41, 22:20-23:59
갯벌이니 신발을 더럽힐 요량하고 물길도 피해가며 요리조리 다가간다. 그런데 아유, 고맙기도 해라! 하도로 가는 갯벌은 단단해서 발이 빠지지도 않고, 걷기 힘들지도 않다. 언덕 위에서 본 경운기와 사람들은 물 빠진 틈을 타서 조개를 채취하러 온 동네사람들이다. 양식장이라며 외부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쳐놓은 줄 안쪽 갯벌에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열심히 조개를 캐고 있고, 아저씨들은 줄 밖에서 몰고 온 경운기에 기대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밀물이 들어오면 조개 캐던 아줌마와 조개를 싣고 가려고 기다리는 거겠지. 그런데 남자들도 같이 캐면 더 많이 캐지 않을까? 조개는 여자만 캐야하는 건가??? 바다와 멀리 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
섬이며, 갯벌이며, 바위들이며, 언뜻 밀레의 만종에서 느껴지는 모델 같은 아낙네들이며, 사진 찍을 거리가 꽤나 풍성하다. 사진 찍을 욕심에 좀 더 바다 쪽으로 들어가려 하니, 곧 물이 들어온다며 곁에 있던 동네 아저씨가 만류를 한다. 미처 못 건진 아쉬움 속의 사진들.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을까?
이제, 어제 못 본 채석강이나 제대로 보러 가자. 채석강은 썰물 덕에 물이 제대로 빠져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솟은 절벽뿐 아니라 펑퍼짐하게 바닷가를 따라 펼쳐진 검은 색 바위들이 바닥까지 다 드러나 있다. 지나가는 관광객이 물었다. “여기를 왜 채석강(彩石江)이라고 하나요?” 나서기 좋아하는 친구가 얼른 “어쩌면 절벽에 여러 가지 빛깔의 돌이 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디서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요.” 그 관광객은 수긍하는 눈치다. 아닌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 이유가 아닌 건 확실한데……. 내가 아니라고 하니 친구가 점심값 내기를 하자고 한다. Okay! 그러고 나서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생각이 났다. 이곳이 중국의 이태백이 배에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 채석강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 것이. 우하하! ‘The winner is 바로 나!’
어제 어설피 보아 아쉬웠던 적벽강은 채석강에서 보면 반대편이 보인다. 안내판의 사진을 보면 채석강 쪽에서 보는 게 훨씬 더 낫던데. 사자의 코까지 보이고. 그러나 오늘도 사자님은 안개에 휩싸여 제 모습을 보여주질 않네.
아무튼 그 유명한 채석강이지만, 인간은 자연(自然)이라 부르는 모습들을 자연 그대로 두지 못하겠나 보다.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채석강 귀퉁이 바위자락 위로 그럴싸한 바다호텔을 지었고, 채석강에서 보이는 낮은 산봉우리를 닭이봉이라 하는데 그 꼭대기엔 전망대와 카페를 올려놓고 말았다. 닭이봉 전망대까지 찻길이 나 있어서 차를 낑낑 몰고 올라갔다. 카페는 공사 중 휴업. 격포항이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인다. 통발 쭈꾸미 잡이로 유명한 항구이기도 하고, YS정권 초기에 위도 참사(배가 침몰해 많은 사람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사고)를 일으킨 여객선이 출발한 항구이기도 했었지.
<닭이봉>
<닭이봉에서 본 격포항>
<닭이봉에서 본 대명콘도와 해변>
내기에 이겨 공짜로 얻어먹을 점심. 기왕이면 좋은 데로 가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음식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해변촌’으로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김오성이라는 조각가의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에 들러보자 하고. 점심을 사야 하는 친구가 평소 조각에 관심이 있는지라 달래줄 겸 특별히 배려해준 것인데, 그 많은 조각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건 달랑 소품 전시실에 있는 자그마한 남자아이 조각(제목은 섣달 그믐밤) 하나라나?
(금구원 조각공원 : 변산면 도청리 861-20. http://www.keumkuwon.org/ ,입장료 2천 원)
음식점 ‘해변촌’. 간판은 ‘해변촌탈아리궁’. 무슨 뜻인지 갸우뚱? 큰 도로변에 있어 찾기 쉽고, 주변에서 제법 유명한지 시골 음식점답지 않게 내부도 넓고 정갈한 분위기다. 종업원도 개량한복을 깔끔하게 입고, 친절하다. 뭘 먹을까나? 회무침도 먹고 싶고 갑오징어 돌판구이도 먹고 싶고……. 좀 많은듯하지만 코스B로 시켰다. 기왕이면 여러 가지 다 먹어보고 싶어서.
개량한복의 종업원은 우선 반찬을 내오면서 ‘양파김치’가 부안의 명물이라며 맛있다고 강조를 한다. 하나 먹어보니 내 입에는 별로 안 맞는데? 입맛은 제각각이니까……. 같을 순 없겠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양파김치라 그런가 보다. ‘막쓰러회무침’으로 입맛을 돋우고, 다음은 갑오징어 돌판구이. 다 먹어갈 무렵 밥을 볶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이미 배는 꽉 찼다. 해물만두전골은 어쩌나? “포장 가능한가요?” “다 못 드시겠으면 만두전골을 드시고 밥 볶은 걸 싸가세요.” “그럴까요?” 만두전골을 먹는 동안 밥 볶은 걸 일회용 도시락에 얌전하게 싸서 갖다 놓는다.
(해변촌 소재지 :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617-1 http://www.gyeokpo.co.kr )
저수지가 보이는 전망
막쓰러회무침
갑오징어 철판구이
갑오징어 철판구이에 밥 볶음
해물만두전골
점심은 푸짐히 얻어먹었다만, 좀 찜찜한 게 있기는 하다. 이태백의 고사를 떠나 정작 중국에 있다는 채석강은 왜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까 하는 것이다. 적벽강의 강기슭이 붉은 돌 절벽이듯, 채석강의 강기슭도 다양한 빛깔의 돌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그렇게 이름 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이긴 걸로 끝이 났으니 모른 척하고, 나중에 한번 알아보지 뭐.
시간이 촉박해 근처에 있는 ‘부안영상테마파크’는 건너뛰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나오는 내소사로 향한다. 변산반도 남쪽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호젓한 길이다.
부안에는 변산이 있고, 변산에는 보물창고 같은 반도(半島)가 있다.(1) http://blog.daum.net/antique28/77
부안에는 변산이 있고, 변산에는 보물창고 같은 반도(半島)가 있다.(3) http://blog.daum.net/antique2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