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1
단편 「소나기」를 읽으며 가슴 설레 하던 소녀 시절로…….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소나기 마을
이번 양평 돌아보기의 마지막 코스인 소나기 마을.
소나기 마을은 작가 황순원의 대표작 「소나기」에 나오는
징검다리, 수숫단, 들꽃마을 등을 재현한 체험장, 작가의 문학과 생애를 볼 수 있는 문학관,
여러 대표작들의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산책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소나기 광장
소나기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소나기 광장.
소나기 광장에는 매일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소나기가 온다고 해서 은근 기대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한 번도 못 봤다.
내가 다른 곳에 있을 때 소나기가 내렸을까?
비가 오면 얼른 수숫단 안으로 피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 …….
황순원 문학관
황순원문학관 중앙부분은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소나기를 피했던 수숫단 모양을 형상화하여 원뿔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
천정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중앙홀 가운데에는 황순원 선생님의 육필 원고를 새긴 투명한 판이 매달려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반원형으로 된 황순원 선생님의 연대기가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유품 전시, 작품 체험, 애니메이션 영상실, 문학카페 등 모두 4개의 전시실이 있어서
다양하게 황순원 선생님의 작품과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제1전시실 작가와의 만남
영상과 유품 등으로 황순원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제2전시실 작품 속으로
황순원 문학은 일제 말 언론의 자유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한글 사용이 금지되던 상황에서 출발.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우리말을 지키려는 비장한 각오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생을 통해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을 남긴 황순원.
주요 작품으로 단편 「소나기」, 「별」, 「목넘이 마을의 개」, 「그늘」,「기러기」,「독짓는 늙은이」, 장편「카인의 후예」,「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월」등이 있고, 「황순원전집」12권이 있다.
소설에 나오는 장면들을 재연해 놓은 공간.
<나무들 비탈에 서다>
<카인의 후예>
<학>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 마을의 개>
제3전시실 남폿불 영상실
소녀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를 만들어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소설이 끝나는 장면(소년이 소녀가 죽었다는 말을 부모로부터 듣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는데 과연 어떻게 전개되어 갈까 궁금, 궁금.
영상실에 들어가면서 왼쪽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영상이 시작된다.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
황순원 작품을 종이책, 전자책, 듣는 책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곳.
7월부터 11월까지 황순원 문학관 옆에서 노란색 꽃을 피우며
뿌리 부분에서 향토 냄새!를 찐하게 자랑하는 마타리꽃.
“……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꽃은 머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소녀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를 나는 어떤 이야기로 꾸며 볼 수 있을까?
중고등 학생들이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읽어볼 수 있다.
3층 수숫단 강단
<황순원 작가의 삶과 문학>을 다큐영상으로 보라고 하는데 평일에는 상영하지 않는 듯.
문이 굳게 잠겨 있더라. 아쉬움......
3층 쪽빛구름 쉼터
3층 갈밭머리 쉼터
1층 전시실
소나기의 내용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
문학관 옆에 있는 황순원 묘역(1915.3.26 - 2000.9.14)
소나기 광장
뿜어져 나오는 분수 물에 무지개가 걸렸네.
징검다리
단편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만났던 장소
사랑의 무대
야외공연을 위한 무대와 스탠드
너와 나만의 길
소나기로 갑자기 불어난 도랑 앞에서 당황했을 소녀와 소년을 상상하며 걸어본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 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그러안았다.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가을 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있었다.
송아지 들판
“저기 송아지가 있다. 그리 가 보자.”
누렁 송아지였다. 아직 코뚜레도 꿰지 않았다.
소년이 고삐를 바투 잡아 쥐고 등을 긁어주는 척 후딱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학의 숲
성삼과 덕재는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으나, 전쟁 때문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얘, 우리 학사냥이나 한번 하구 가자.”
성삼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덕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내 이걸루 올가밀 만들어 놀께. 너 학을 몰아오너라.”
포승줄을 풀어 쥐더니, 어느새 성삼이는 잡풀 새로 기는 걸음을 쳤다.
대번 덕재의 얼굴에서 핏기가 걷혔다.
좀전에, 너는 총살감이라던 말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성삼이가 기는 쪽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리라.
저만치서 성삼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어이, 왜 멍추같이 게 섰는 게야? 어서 학이나 몰아 오너라!”
그제서야 덕재도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
수숫단 오솔길
함께 걷고 달리며 놀던 소년과 소녀는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수숫단으로 들어간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내음내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소란하던 수숫잎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나도 한번 수숫단 속으로 들어가볼까?
관람 안내
중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소나기」를 읽고 또 읽으며, 나를 소녀의 자리에 넣어놓고,
소녀와 소년의 말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애틋한 마음이 오고 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엔 고등학생도 남녀가 유별했었는데 초등학생이 이런 풋사랑을?
요즘처럼 초등학생도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사귀는 시대에 사는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일지도 모르겠으나,
소나기 마을을 둘러보는 내내 나는 사춘기 여학생이 되어
아스라이 멀어진 나의 옛 추억을 되돌아보며 즐거워했다.
소나기 마을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산74 (소나기마을길 24)
http://www.sonagi.go.kr
'여행 - 우리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북동) 분위기 있는 찻집, 수연산방 (0) | 2013.11.10 |
---|---|
(성북동) 조선총독부와 마주하기 싫어 북향으로 지은 집,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0) | 2013.11.09 |
(양평) 맘껏 들이마셔 봐, 이 신선한 공기를! - 산음휴양림 (0) | 2013.10.24 |
(양평) 힐링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들꽃수목원 (0) | 2013.10.22 |
진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 양평 두물머리 (0) | 2013.10.20 |